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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용 반도체 꼭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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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석남 양자정보처리연구단 박사과정 연구원 |
“기자님, 연구단이 좀 바빠져서 취재를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취재를 앞두고 고석남 양자정보처리연구단 박사과정 연구원에게 전화가 왔다. 잠시만 만나도 된다고 하고 연구단을 찾았다.
“아, 저희가 내내 풀지 못했던 숙제가 있는데 그게 풀리고 있는 시점이라 계속 실험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거의 실험실에 살다시피 합니다. 제가 연구단에서 실험 장비를 제일 잘 다뤄서 할 일이 많아요.”
양자정보처리연구단(단장 안도열)이 최근 바쁜 일정에 들어가게 됐다. 그 동안 양자컴퓨터 반도체 소자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던 갈륨비소(GaAs) 웨이퍼에서 전자를 제어하는 실험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갈륨비소는 실리콘에 비해 전자의 이동 속도가 약 6배 가량 빨라 연산속도가 6배 빠른 특성이 있다. 연구단이 만들려는 양자컴퓨터용 반도체도 빠른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갈륨비소 웨이퍼로 실험을 해왔다.
실험의 진행을 빨리하게 됐으니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고 연구원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이 장벽을 넘고 한참이나 진도가 나갔어야했다.
그는 “국내 생산이 안 돼 수입해 온 웨이퍼 품질은 그때그때 다르고, 매뉴얼대로 실험을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웨이퍼에 대해 자문할 곳도 없고, 공동 연구할 수 있는 실험실도 거의 없어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로 한국은 ‘반도체 기반의 양자컴퓨터’처럼 ‘대중적이지 않은 연구를 하기에 척박한 환경이다. 양자컴퓨터용 반도체 소자를 연구하는 선진국 연구단은 웨이퍼 개발팀과 반도체 소자 개발팀이 협력하는 체제로 구성돼 있다.
고 연구원은 “아직 한국에서는 반도체 기반의 양자컴퓨터에 도전하는 연구가 없다”며 “선진국보다 열악한 환경이라 성과가 바로 나오지는 않지만 2003년 양자컴퓨터용 반도체의 가능성을 보고 매일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가 좋아~ 실험장비 마스터
“하드웨어가 좋았습니다. 학부 때도 전자, 전기, 컴퓨터 등 여러 분야를 배웠지만 유독 컴퓨터 하드웨어가 재밌더라고요. CPU의 연산속도를 설계된 것보다 높여 쓸 수 있는 ‘오버클러킹’(overclocking)도 취미였죠.”
기계에 재미를 느꼈던 고 연구원은 연구단에서도 실험 장비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사 과정 연구원 셋 중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장비 문제에 관해서는 모두 고 연구원에게 물어볼 정도다. 석사 때부터 연구단에 있는 장비를 다루는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가 연구단에 들어오게 된 것도 반도체 소자라는 하드웨어를 다루는 분야여서다. 그는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반도체라는 주제가 재미있어 보였다”며 “현실적으로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지만 가능성을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2003년 반도체 1개로 큐빗을 만들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연구에 성공한 바 있다. 큐빗을 2개까지 제어할 수 있다면 임의의 양자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수학적으로 증명됐다. 고 연구원은 “양자컴퓨터용 반도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에 답이 있었다
“갈륨비소 웨이퍼는 반도체 내부에 들어가는 것인데, 종이 한 장보다 얇은 층에 전자가 한 층 쌓여 있습니다. 아주 얇은 전자구름이 평면에 깔려있는 것이죠. 그 층에 자기장을 가하면 전자가 정렬하게 되는데요, 그 전자를 제어해 생기는 스핀 현상 등을 양자컴퓨터에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양자컴퓨터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자 간의 상호작용을 알아내고, 전자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단이 부딪혔던 장벽은 갈륨비소 웨이퍼의 전자를 제어하는 부분이었다. 웨이퍼를 프랑스에서 수입하는데다 1장에 120만원을 줘야하니 마음대로 실험조건을 줄 수도 없었다.
“거의 포기하다시피 할 때 고려대 타임도메인나노기능소자연구단 연구원들이 실리콘나노와이어로 실험하는 과정에서 수소가스를 쓰는 것을 보게 됐어요. 실리콘나노와이어같은 비금속과 금속을 연결할 때 수소가스를 사용하면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됐죠.”
고 연구원은 갈륨비소 웨이퍼의 전자를 제어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금속-비금속 연결문제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 역시 수소가스로 갈륨비소 웨이퍼에 열처리 작업을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
그는 “수소 가스로 다음 단계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웨이퍼 상태에 따라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웨이퍼를 성장시키는 쪽에서 웨이퍼의 특성을 잘 아는 전문가가 있어 조언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고 연구원은 양자컴퓨터가 꼭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삼성의 반도체가 발달하는 속도를 보면 양자컴퓨터용 반도체도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며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을 내다보는 연구인만큼 도전하는 자세로 열심히 연구해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
글/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2010년 0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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